본문 바로가기
제주 올레길

7) 올레길 3코스 걷기_온평~표선올레(2018.04.07. 오후~8. 오전)

by Alpha F. Kim 2021. 1. 27.

(2018.04.07. 오후)

 

오후 4시가 지났어도 해는 한참이다. 춘분이 지난 지가 거의 보름에 가까워지니, 요즘은 오후 6시가 지나도 훤하다. 4코스가 20km로 오늘 남은 시간에 3코스를 시작해서 5~6km는 걸어놔야 될 것 같다. 3코스는 시작점에서 조금 지나면 A코스와 B코스로 분기되어 A코스 14km, B코스 7.7km 지점에서 다시 합쳐진다. ‘A코스는 오름과 산길로 다소 길고, B코스는 바닷길을 것은 구간이 있어 체력 조절이 필요하다는 가이드북에 조언이 있다. 나는 B코스를 택하기로 했다. 산길은 육지에도 아름다운 곳이 많다. 산을 보고 싶으면 등산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바다가도 제주의 바닷가는 육지와는 좀 색다르지 않는가(?). 검은 돌과 사방이 망망대해가 보이는 곳, 기괴한 모양의 용암과 가는 모레가 색색이 섞인 해변이 빛난다. 물론 지나온 올레길이 바닷가 길이 대부분이어서 지루하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하여튼 좀 더 걷다가 오후 6시 가까워지면 좀 이른 시간이라도 적당한 숙박업소가 나타나면 하룻밤 유숙하기로 하고 출발했다.

포구를 나와 바닷길로 들어서니, 현무암 자갈과 바위로 발바닥을 자극해서 조심해서 걸어야 했다. 잘못하면 발목을 뒤집힐 수도 있다는 위험을 느꼈다. ‘연듸모수라는 온평리 숲길이 요리조리 잘 가꾸어져 있다. 숲길을 돌아 나오니 신산 환해장성이 나왔다. 일부는 잘 복원돼 있고 일부는 세월을 머금은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신산포구를 지나 신산리 마을 카페 앞에서 오후 5시 반경에 중간 스탬프를 찍고 마땅한 숙박업소를 있는지 주위를 스캔하며 걷다가, 티맵으로 주변 숙박업소를 검색해 가까운 ‘레드피아노팬션을 찾아 올레길을 이탈했다. 오늘의 올레길은 끝냈다. 토요일이라 방이 다 나가고 4인실만 있다고 5만 8천 원 이란다. 나 혼자 잘 건데 큰방은 너무 힁하다고 했더니 44만 원으로 깎아주었다. 들어가 보니 넘 힁하고 추었다. 난방을 이제 해서란다. 조금 후에 주인이 전기장판을 가져다준다. 방이 커서 추울지도 모른다고. 따뜻한 배려가 고마웠다. 점심으로 가져온 약밥과 계란, 그리고 쑥빵 일부로 저녁을 때웠다. 뜨끈한 물로 샤워를 하니 온몸의 피로가 잠시 풀린 것 같다. 피곤해도 MBC 주말드라마 ’대릴남편‘을 시청하고 11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2018.04.08. 오전)

 

아침에 눈을 떠보니 6시 조금 못된 시간이다. 밖을 보니 수평선에 구름이 쫙 깔려있다. 일출이 보고 싶었는데, 틀린 것 같다. 우선 씻고 어제저녁 남겨 논 것으로 아침을 대강 때우고, 채비해서 나오니 7시 좀 지난 시간이다. 주어등포구, 그리고 신풍포구를 지나와 A코스와 합류하니 곧 신풍바다 목장이 나왔다. 이곳은 사유지로 드넓은 잔디밭이 잘 가꾸어져 있어, 난 처음에 골프장쯤으로 착각도 했다. 그런데 목장에 말을 구경할 수 없어 서운했다. 날씨가 좋지 않아 말들이 다 마구간에 들어있나, 고개를 갸우뚱해본다. 가이드북에는 1010만 평 규모라고 나와있다. 일은 시간이라 그런지 말들이 안 보인다.. 주인공인 말들을 못 봐 서운하다. 시원하게 펼쳐진 광활한 초지에 뛰어노는 말들을 상상해본다. 올레길로 내준 목장주인에게 감사한 마음을 맘속으로 전하며 걸었다. 이런 목장을 소유한 주인이 부럽기도 하지만, 이렇게 올레길을 허락해준 주인의 넉넉한 마음씨가 더욱 부럽다. 그렇다 사람은 베풀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을까!! 목장을 나오니, 숲길이 나온다. ‘소낭밭 숲길이란다. 숲길은 완전히 나무터널을 만들어준다. 여름에는 아주 시원한 길, 여름 올레인의 땀을 식혀줄 것 같다. 오늘은 거센 바람을 막아 안방처럼 아늑하게 느껴진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숲길을 나서니 다행히 바닷물이 나가 우회하지 않고 배고픈 다리를 건너 하천리 쉼터를 지나왔다. 소금을 가마에 불을 때서 생산했다는 소금막 해변을 지나면서 보니 제비들이 날고 있었다. 제주는 남쪽임을 실감했다. 옛날 기억을 더듬어도 고향인 해남에도 남녘에 해당하지만 4월 말이나 5월에 제비가 날아오는 것 같은데. 조금 더 걸으니, 하얀 눈빛으로 빛나는 표선 해수욕장이 나온다. 거의 원에 가깝게 둥그렇게 들어온 만을 형성한 곳이 온통 하얀 모레로 가득 차 있다. 가이드북에 의하면 길이 0.8km, 넓이 88만 평에 이른다 하니, 뭍의 어느 백사장에 뒤지지 않은 해변이다. 특히 제주 특유의 현무암이 부서진 회색 모레가 아닌 눈부신 모레 밭이다. 그리고 모레가 가늘어 부드럽기 한이 없다. 손으로 모레를 만져 보드라운 감촉을 느껴본다. 잔 물결 같은 모레 위에 물결무늬가 아름다워 한 컷 핸드폰 카메라에 담았다. 상가로 조금 나와, 올레안내소 옆에 있다는 3코스 종점이 나타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상해서 마침 다른 올레꾼이 올레길 물어보니, 지나쳐왔다는 것이다. 한 5~6백 m 되돌아가서 꼼꼼히 찾으니, 3~40대 부부가 스탬프가 있는 간세에 가방을 올려놓고 카메라 렌즈를 만지고 있었다. 내가 옆에 기다리고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들 볼일만 보고 있다. 좀 비켜주면 될 텐데,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전혀 없나 보다.. 한 참 기다린 후, 스탬프를 찍었다. 10시 반경에 3코스를 마무리 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