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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길

18) 올레길 12코스 걷기_무릉~용수(2018.06.02.)

by Alpha F. Kim 2021. 2. 21.

 이번 주말은 모처럼 날씨도 좋고, 미세먼지도 좋음~보통이란다. 토요일(2)에는 12코스, 일요일(3)에는 13, 14-1코스로 계획을 잡았다. 12코스는 17.5km로 길지도 짧지도 않는 코스이지만, 지난번에 끝난 11코스 종점이자 12코스 시작점인 무릉외갓집이 너무 버스 편이 불편해서 늦게 시작할 수박에 없어서다.

 

올레길 12코스(무릉~용수)

 

  새벽에 넘 일찍 잠이 깨어 티비 켜놓고 누어있었더니, 다시 잠들었나보다. 06시 반이다. 서둘러 준비해 나왔는데도, 7시가 넘어 현관문을 나섰다. 버스를 터미널, 모슬포 운진항 등에서 세 번 갈아타고 시작점인 '무릉외갓집에 도착했다. 105분 전에 12코스를 시작했다.

막 굽어진 마을 어귀 길에서 4.3위령비을 만났다. 제주는 어딜 가나 곳곳에 4.3의 상처가 있다. 전 도민의 아픔이 섬 전체에 서려있다. 마을을 빠져나와 한 4~50분 걸으니, 하천 나오고, 물이 거의 마른 천 바닥에 생긴 습지가 있었다. 이 습지가 신도생태연못란다. 흰 두루미 몇 마리가 보인다. 천 둑을 따라 걷다보니, 모내기가 된 논도 몇 배미 보인다. 제주도에서는 좀처럼 보기어려운 것이 '논'인데, 7-1코스 '하논분화구'에 이어 두 번째 본 이다. 천 둑에 약간 기울어 허름한 정자가 있었다. 그런대로 그늘이 있어서 잠깐 쉬었다. 오랜만에 본 모내기 된 논과 어우러진 제주도 들판을 감상하며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며, 눈을 돌리니, 산딸기들이 군데군데 빨갛게 익어 있었다. 쓴 커피를 마시며, 몇 알의 달콤한 산딸기를 먹으니 그 달콤함이 입안에 그윽하다.

한 시간 쯤 들판을 가로 질러 걷다 보니, 일본군 진지가 있었다는 녹남봉이 나타났으나, 진지는 못보고 지나쳐 온 것 같다. 아마 더 깊숙한 곳에 숨어 있나보다. 녹남봉을 돌아 내려오려는 데 서쪽 저 멀리 수월봉에 있는 고산기상레이다 돔이 보인다. 내려오니 바로 중간 스탬프가 있는 산경도예가 있었다. 아마 폐교를 개조한 도예공방인 모양인데 이마저도 운영이 안 되는 것 같다. 잔디와 잡초가 무성한 운동장 같은 곳에 세종대왕과 이순신 동상이 있고, 어린이들 발자국이 묻어나는 것들이 보인다. 교문이 있었을 법한 곳을 나왔다. 골목을 따라 몇 집을 지나치니 조그만 밭에 코스모스가 멋들어지게 피어있다. 계절상 머리가 갸웃해졌지만, 바람에 방긋 거리는 꽃 얼굴이 예뻐서 사진 한 컷하고, 다시 마늘과 양파를 수확한 밭과 감자가 꽃핀 밭들 사이 길로 걸어 나오니, 탁 트인 바다가 반긴다.

오늘은 태평양의 파도가 아주 온순한 양이 된 듯 고요하게 햇볕에 빛나고 있다. 해변을 따라 몇 개를 정자를 지나며 조금 걷다보니, ‘하멜일행난파선희생자위령비가 있는 좀 넓은 잔디밭 정자에서 쑥떡과 삶은 달걀 그리고 커피로 점심을 해결했다. 잠시 휴식하며 대구에서 온 제주환상의 전거길을 즐기는 자전거 메니아 두 부부와 몇 마디 대화도 나누고 나서, 다시 출발했다. 13시 경 출발했다. 바다물이 많이 빠져 있어, 들어난 야트막하게 쌓아서 물막이와 수문이 있는 바닷길로 걸어갔는데 수문 주변에서 처음 이상한 것을 구경할 수 있었다. 몸은 큰 고구마 정도 된 무척추 동물 같은 것이다. 촉수가 달팽이처럼 나와 있으며 뭉쳐서 느리게 움직이는 동물이다. 바다에 왠 달팽이가(?). 궁금해서 조금 관찰하고 있으니, 날 봤는지 바위틈으로 숨어 벼렸다. 넉넉히 한 시간 정도 후에 녹남봉에서 멀리보였던 수월에 도착했다.

며칠 전에 지인(선배님)이 여행을 와서 같이 왔을 때 본 돌고래 상괭이는 볼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수월정 부근에서 탁 트인 대정들과, 반대편 차귀도를 배경으로 몇 컷의 사진을 찍고 내려왔다. 엉알길로 들어섰다. 화산 분출물이 겹겹이 쌓여 이루어진 벼랑이 꼭 퇴적암처럼 줄무늬가 아름답다. 수월봉에서 읽은 수월이와 녹고 남매의 슬픈 이야기도 되생각하며 걸으니, 어느덧 자귀포구가 나타났다. 며칠 전에 지인과 같이 와서 선상 낙시체험을 즐긴 기억을 되새김하며 포구사진 한 장을 가톡으로 보내드리고 몇 마디 톡 대화도 나누며 포구를 나왔다. 당산봉으로 올라 돌아나가니 생이기정을 즐길 차례를 맞았다. 안내책자에 생이’, ‘기정벼랑을 뜻한다고 한다. 새가 살고 있는 벼랑이란 뜻이란다. 저번에 9코스(대평~화순올레코스)박수기정이 나오는데 그때 기정이 벼랑을 알았는데도 새삼 다시 알게 된다.

잔잔한 물결위에 떠있는 차귀도와 그 주변의 관광객을 태운 낚싯배들이 여유롭다. 바람이 없으니, 멀리 보이는 한림 쪽의 풍력발전기가 한가로이 개으름을 피우고 있다. 생이기정에서 이런 평화를 느끼며 돌아 내려오니, 바위마다 강태공(여기 바다이니, 바태공(?), 해태공(?))들이 앉아 낚시에 열중하고 있다. 길에서 바로 내려다보이는 곳에 낚시꾼이 보이기에, 잠시 자리해서 커피도 한잔 마시면서 구경해 보았다. 낚싯바늘이 열 개 가까이 달았는데 잘잘한 고기가 자주 나온다. 고기가 작아서 그렇지, 심심치는 않겠다. 고기가 잘 보이지 않아 확실치는 않지만 자리돔처럼 보인다. 자리돔도 낚시로 잡히나 보다. 하여간 여기가 낚시가 잘 되는 곳인가 보다. 용수포구까지 오는데 낚시꾼이 꽤 많이 있었다. 12코스 종점은 김대건신부의 제주표착 기념관이 있는 용수포구이다. 포구에는 16시 조금 지난 시각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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