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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길

21) 올레길 14코스 걷기_저지~한림(2018.06.06.)

by Alpha F. Kim 2021. 4. 17.

 오늘은 현충일(6.6. )이다. 어제 비가 온 뒤라 공기도 맑다. 마침 구름이 많이 낀 날씨로 자외선 걱정도 없다. 시작점인 ‘저지정보화마을’ 까지는 버스 편이 불편하다. 두 번 환승해야 한다. 그런데 운 좋게 버스 편이 바로 연결돼 다행이었다. 그러나 저지정보화마을에 도착이 845분경 이였다. 13코스의 저지오름을 안고 돌아서 들판과 숲길로 이어지는 길이다. 산이나 곶자왈 숲이 아니고, 들판에 중간중간에 이어지는 숲길이다.

저지고망길, 큰소낭숲길을 지나 굴렁진숲길에 들어서자, 나를 동심으로 안내해 주는 산딸기가 군데군데 많이 있었다. 몇 걸음 가다 산딸기 한 주먹씩 먹으며 걷었다. 달콤한 향기가 혓바닥뿐만 아니라 온 입안 감고 애무한다. 한참 산딸기 삼매경에 빠져 놀멍 쉬멍올레를 즐기고 있는데, 한 무리의 올레꾼들이 가까이 왔다. 중년 여자 두 분, 남자 한분이다. 정보화마을에서 출발할 때 봤다고 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여사 두 분은 친구인 제주 분들이고 남자분은 출발할 때 합류한 따로 온 경기도 안양에서 온 분이란다. 모두 오십 대 중반으로 보인다. 별로 의미 없는 잡담을 나누며 한참 얼렀다. 잠깐 쉬면서 여자분들이 귤과 스토베리(?)를 꺼내서 주었다. 같이 먹고 나서, 걷다보니, 자꾸 산딸기가 발길을 잡는다. 난 산딸기를 따 먹어야겠다고, 먼저가라고 일행에서 떨어졌다. 월령숲길을 지나고 무명천이라는 건천이 나오고, 천변을 따라 무명천산책길이 나왔다. 산책길 내려오면 내려올수록 산딸기가 많이 눈에 띄였다. 욕심이 났다. 이걸 혼자 그냥 따서 먹는 것보다는 쫌 따 가야겠다. 배낭에서 비닐봉지 하나를 꺼냈다. 서너 개식 먹어가며 봉지에 따서 넣으니, 금방 반 봉지가 찼다. 물론 건천의 낭떠러지 가까운 위험한 곳에 탐스럽게 익은 산딸기를 그냥 둘 수는 없어서 어렵게 딴 곳도 있다. ‘놀멍 쉬멍’, 먹으며 담으며 어린 동심에 젖으며 내려갔으니, 수다를 떨며 같이 갔던 세분들과는 많이 떨어졌으리라 생각된다.

 저 멀리 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천변 좌우로 손바닥선인장(백년초) 재배 농장이 나온다. 백년초에 붉은 열매들이 달려있다. 저 열매는 어떻게 먹는 건지 좀 궁금했다. 더 내려다보니, 선인장 한 잎 넓이가 엄청 넓은 것도 있고, 처음 보는 노란 꽃이 피어 있는 것도 있었다. 신기하기도 해서 인증사진 몇 장 찍으며 내려왔다. 더구나 나에게는 백년초 꽃은 처음이라 신기했다. 납작 납작한 나무에 가시가 엉성하게 난 뒤로 노란 꽃이 하늘거리는 것이 묘한 언밸런스한 모습이지만 노란 꽃이 왠지 청순하게 보인다. 이런저런 생각을 머리로 더듬거리며 걷다 보니 바닷가에 닿았다. 해변에는 좌우로 바위틈바구니로 선인장들이 자생하고 있었다. 여기저기에 문화재 관리를 위한 경고 팻말이 붙어있다. 선인장 자생지가 문화재를 지정되어 있나 보다. 여기가 월령 선인장 자생지다. 입구에 중간 스탬프가 있는 곳이다. 앞서 같이 걷다 산딸기가 먼저 보냈던 분들 중 남자분이 되돌아온다. 지나온 정자서 쉬고 오다가 핸드폰을 두고 왔단다. 저쪽에 보이는 월령포구에 두 여사님들이 기다린단다. 산딸기에 빠져 지체했으니, 많이 뒤떨어져 못 만나는 알았는데, 산딸기가 저분들의 발길을 잡았나 보다. 산딸기가 혼자 걷기 말라고 다시 만나서 걸으라고 폰을 두고 가게 만들었나 보다. ㅋㅋ^^ 아전인수 격 농담을 나누며 반가움에 보온병으로 가져온 커피를 나누어 마셨다. 조금 지나니 금능포구가 나왔다. 여기서 점심을 먹고 가잔다. 물 회로 남자분이 사겠단다. 숲길에서 회계사무소를 운영하는 회계사라 자신을 소개했던 것이 생각이 난다. 그리고 또래인 두 여성분, 처음 만난 분들 앞에서 폼도 잡고 싶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긍정적으로 선의로 생각하기로 했다. 처음 보는 분한테 대접받는 것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같이 하기로 했다. 네 사람이니, 자리물회, 한치물회 각 2인분 4인분을 시켰다. 제주 막걸 리가 맛있다고, 막걸리도 주문했으나, 이 집에서는 막걸리는 팔지 않는 단다. 두 여사분이 매우 아쉬워하는 눈치이다. 음식점은 손님이 꽤 북적거린다. 점심 식사하며 이야기 나누다 보니, 한 여사분이 차귀도포구 부근에서 음식점을 한다고 한다. 점심을 물 회로 하고 나서니 14시가 넘어서 나선 것 같다. 연이어 있는 금능으뜸해수욕장, 협재해수욕장을 지나 오호 포구를 지나니 저 멀리 비양도가 보인다. 이제 한림 항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 이분들은 14코스 종점까지 가면, 집으로 숙소로 돌아갈 예정이란다. 택시를 불러서 승용차를 주차해둔 저지 마을로 가고 남자분은 숙소로 돌아갈 예정이다. 식당을 운영한다는 여사님이 막걸리 한잔 하고 헤어지잔다. 14코스 종점은 한림 해양 결찰 파출소 옆 비양도선 매표소 앞에 있다. 지난번 자전거로 제주환상자전거길을 돌 때 본 것 같다. 맞았다. 도착하니 15시가 조금 넘었다. 제주 막걸리 먹을 곳이 마땅치가 않아서 그냥 커피 전문점에 들어갔다. 매표소 이층에 있어서 창문으로

한림 항과 비양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완전히 어디에도 없는 포토죤이다.

커피를 마시며 사진도 몇 장 찍었다. 카페 사장님이 카페에서 있었던 지나간 손님들의 사연을 들려준다. 예쁜 사랑을 가진 연인들의 이야기,  실연으로 정신줄 놓은 사연 등을 재미있게 들었다. 식당 한다는 여사님은 한번 찾아달라고 식당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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