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제주 올레길

23) 올레길 16코스 걷기_고내~광령(2018.06.09.)

by Alpha F. Kim 2021. 4. 24.

  구내포구에서 0920분경에 16코스를 시작했다. 경사진 도로를 따라 한 10여분 벼랑길을 제주도 말인 기정을 되새김질하며(여기도 무슨 기정이라는 이름이 있을 것 같다.) 올라서 돌아가니, 낮 익은 길이다. 전에 저전거로 ‘제주환상자전거길’을 달릴 때 인증 장소인 다락쉼터였다. 그때는 바람으로 망가졌던 인증센터가 빨간색갈로 새롭게 복구되었었다. 바다를 낀 벼랑 위 다락쉼터가 있어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면서, 의자에 앉아 커피 한잔의 여유를 한참 즐겼다.

기암괴석(寄巖怪石)으로 장식된 오솔길을 따라 쪽빛 바닷물이 일렁이고 있다. 구불거리는 오솔길 안쪽으로는 포장된 도로가 있어, 자동차를 이용한 여행객이 내왕하고, 자전거 메니아들이 동호인들의 특유의 멋진 복장으로 씽씽 지나간다. 소나무가 있은 오솔길, 딸기가 있는 오솔길을 돌아 나오니, 신엄리, 구엄리 동네가 나온다. 이 동네에서는 예전에 소금을 생산했다고 한다. 구엄리에는 바위 위에 물을 담아 소금을 생산하는 물아찌(호갱이)를 만들어 놓았다. 평평한 바위 위에서 만들어지는 돌소금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구엄리에서 마을 안쪽을 지나 들어가 마을 어귀를 나서니, 수산봉 나왔다.

수산봉을 올라 정상에 오르니, 한때의 어린이들과 가족들이 즐거운 소풍의 한 때를 즐기고 있었다. 어느 어린이 집에서 나온 가족과 함께 떠나는 숲 여행’이라는’ 소풍인 것 같다. 한참 구연동화를 열연하고 어린이들과 부모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도 가방을 내려놓고, 가져온 커피를 한잔 하면서 짧으나마 동심으로 돌아가 거북이와 토기이야기를 듣다가 내려왔다. 수산저수지를 지나왔다. 제주도에서 두 번째 보는 저수지다. 처음 보았던 용수저수지보다는 작고 물도 덜 깨끗한 것 같다. 작은 마을과 들판을 좀 지루하게 걸었다. 딸애한테서 문자가 왔다. 둘째다. 지 나름 목표가 있어 공부하느라 고생이 많다. 부동산 지분 상속에 관한 민법 문제이다. 잘 안 풀린 다고 한다. 이것은 수학적인 문제이니 한번 풀어봐 달랜다. ‘에 내용을 적으려니 좀 적기가 난해하고, 계산이 자꾸 틀리려 시간이 좀 걸렸다. 문제를 풀며 걷다 보니, 올레길도 자꾸 놓치고 벗어난다. 길 찾는 어풀을 이용해 다시 찾기를 한 서너 번은 한 것 같다. 한 마을을 지나, 다른 마을 어귀에 정자가 하나 보인다. 시간도 점심시간이 지난 것 같고, 배꼽시계도 점심을 알려온다. 정자는 꽤 깨끗해 보이고 '신발을 벗고 들어가세요!' 하는 팻말이 있었다. 우선 땀을 식히고 나서, 쑥떡과 삶은 달걀을 김치에 곁들여 먹었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나서 커피를 한잔하고 나니, 포만감과 함께 바람이 세차게 불어온다. 짐을 챙겨 나오니, ‘애원동 재단공원’이라는 표지석을 뒤로하고 마을길로 들어서 돌아 나왔다. 큰길 다리 위를 건너 장수물를 지났다. 어떤 연유가 있을 텐데 설명이 없이 ’장수물‘이라는 표지만 있다. 나 혼자 그냥, 항몽유적지와 관련이 있으리라 추정해 보았다. 1km 정도 숲길을 지나니 토성이 나왔다.

토성의 규모는 대단한 것 같다. 이쪽도, 저쪽도 토성은 그 끝은 숲의 굽은 언덕으로 넘어갔다. 그 끝 말미를 내 시야를 넘어섰다. 토성 안쪽으로 능성이에 정자와 의자 몇 개 있는 곳으로 올레리본이 안내한다. 그 곳에서 잠깐 쉬어 넘어가니, 항파두리 항몽유적지 휴게소가 나왔다. 주차장도 있고 여러 가지 시설들이 있었다. 유적지는 유적발굴 중인지 온통 파헤쳐져 있는데 발굴작업은 중단돼 있는 모습이었다. 잠시 정적을 깨는 톡이 날아왔다. 폰을 열어보니, 아까 딸애가 지분문제 풀이 문자에 답이었다.헐 굿 굿

관광안내소가 있어서 발굴작업에 관해 물어보았으나, 역시 지금은 발굴 작업이 잠시 중단 중이다 는 답 이외는 더 이상 얻지 못했다.

항파리 코스모스 정자를 지나 숭조당길을 걸어 나오니, 아까 시야를 사라졌던 다시 토성이 나왔다. 토성형체 설명도가 입간판으로 서 있었다. 아마도 토성의 축조 구성도인 것 같다, 다짐층, 적석층, 1, 2, 3차 판측층 등으로 설명이 있었지만, 낡아서 너덜너덜하다. 좀 부끄럽다. 여기도 외국인 관광객이 올 텐데, 특히 중국 관광객도 많이 지나갔을 텐데 ! 제주시, 도 관광과가 분명히 있을 텐데, 또 올레길 담당자도 있을 텐데 ! 항몽, 전 세계를 아우르고 호령하던 몽고에게 항거한 자랑스러운 유적에 대한 설명을 이렇게 너덜너덜하게 방치하다니, 차라리 저 입간판을 철거해 버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숲길을 돌아서 몇 개의 동네 마을을 지나 광령리사무소 앞, 16코스 종점에서 올레 17코스를 마무리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