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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길

2) 올레길 19코스 걷기_조천~김녕(2018.03.24.)

by Alpha F. Kim 2021. 1. 15.

서둘러 19코스를 시작했다. 만세동산 부근 항일 기념관을 지나, 관곳 앞갯물을 지나 함덕해수욕장에서 몇 장 사진을 찍었다. 삼양해수욕장과 다르게 이곳 백사장은 유난히 흰 모래가 아주 부드러웠다. 쌍쌍이 관광객이 다정하게 행복하게 거닐며 멋있는 포즈로 사진도 찍고 있다.

잘 가꿔진 마늘 밭이 고향에서 뛰어 놀던 어린 시절 생각나게 한다. 유채꽃 향기가 가득한 서우봉을 돌아 넘었다. 해동포구를 조금 지나니, ‘너븐숭이 4.3기념관과 북촌포구 4.3역사현장 가릿당(구짓머루당)’을 이 나타났다.

4.3사건의 아픔을 제삼 느껴본다. 물론 당사자인 삼양 분들의 아픔을 고스란히 같은 아픔을 느낄 수는 없겠지만...

북촌포구 등명대를 지날 때가 오후 544분으로 해가 서쪽 하늘에 조금 밖에 남아 있는 것 같다. 이제 한 시간하고 한 반시간이면 해가 질 것 같다. 중간 스탬프 지점인 동북리마을 운동장이 3.4km 남았다. 오늘은 동북리 운동장까지 가서 중간 스탬프 찍고 마무리하자고 생각 했다. 그런데 이게 엄청난 실수라는 것을 몰랐다. 나는 마을운동장이라고 해서 주변에 나그네가 쉴 수 있는 숙박업소가 있는 마을이 있을 것으로 단순하게 생각했다. 18시가 넘어 가는데 동북새생명교회를 지나며 점점 인가가 없는 산속으로 들어가고 풍력발전 단지로 들어가 어떤 곳은 길까지 헷갈리게 좁은 오솔길로 안내한다. 시간은 자꾸 지나 1830분경에 운동장에 도착했다. 운동장은 산속에 덩그러니 있는 것 이였다. 인가가 전혀 없는 곳이다. 너무 황당한 일이다. 서둘러 부지런히 걸었지만 날은 점점 어두워졌다. 올레길을 안내해 주는 파랑노랑 리본도 어두어 잘 보이지 않는다. 이제 올레길를 관리하는 곳, 그 담당자에 대한 원망이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뛰어 나온다.

아니 중간 스탬프 찍는 곳을 이런 깊은 숲속에 두려면 미리 주의사항을 줘야지 ! 운동장이 인가가 없는 산속이라고... 이런 곳이 있으니, 여성올레꾼이 사고를 당하지 !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어. 누가 제주에 숲속 길 보러 여행 오나, 숲속 길은 육지에도 많은데. 누가 산길 걸으려면 등산을 가지 올레길 오나 !” 이런 푸념과 함께 걷다보니 완전히 어두워졌다. 한참 어두운 숲속을 헤메고 나니, 겨우 들판으로 나왔다. 인가 없는 들판 돌로 쌓인 밭들을 지나 올레길도 잃어버리고 터벅터벅 걷고 또 걸었다. 배가 너무 고프고 다리가 거의 탈진한 상태에서 인가가 몇 집 나타나고 음식점 같은 데로 들어가 보니 커피와 간단한 빵 종류를 파는 곳 이였다. 목이 마르고 해서 국물이 있는 저녁이 필요해 주인에게 물으니 여기서 20여분 더 내려가면 된다고 했다. 20분 걸어갔더니 큰길 만 나오지 식당 있는 상가는 안 보인다. T-map으로 주변을 찾으니 한 1km 내에 음식점이 몇 개 나타났다, 30여 분간 해매다. 한 음식점이 나타나 들어가 저녁으로 제주 흑돼지두루찌개를 먹고 허기를 달랬다. 겨우 방전돼 기력을 겨우 조금 찾았다. 주변에 숙박업소를 물으니 바로 뒷집에 게스트하우스란다. 난 게스트하우스는 여러 사람이 큰 한 방에서 같이 자는 줄 알고 불편할 것 같았는데, 1인용 방도 있어 다행이었다. 게스트하우스 이름은 데이빗이였다. 저렴하게 3만원이란다. 그런 대로 깨끗한 편이나 저렴해서 그런 지 세면도구가 부족한 편이였다. 너무 피곤해서 칫솔도 사다달라고 구입해서 썼다. 시간은 벌써 저녁 9시가 지났다. 샤워하려고 보니 발바닥이 물집 잡히기 직전이다. 따뜻한 물에 간단히 샤워하는 순간만은 데도 온몸의 피로가 다 풀리는 같이 기분이 좋았다. 군대에서 3일 밤낮을 걸고, 다시 되돌아오는 100km 행군해 본 이후 처음으로 많이 걸은 것 같다. 모두 33km는 걸은 것 같다. 에라이 나뿐 놈들 !그런 산속을 어둠속에서 걷게 한 관리자를 다시 한 번 욕해주고 이불 속에 포근히 들어가니...이내 잠이 든 것 같다.

 

아침에 눈을 뜨니, 밖이 훤히 밝았다. 6시 반이다. 물론 새벽(4시경)에 화장실 한번 갔다 온 것 같지만, 아주 꿀잠을 잔 듯 몸이 가볍다. 시야가 뿌하다. 미세먼지는 아직인 것 같다.

 

19코스 마지막에서 길을 잃어서, 아침에 정신 차리자마자 T-map으로 주변 검색을 해보니, 여기가 올레길 코스인 남흘동 주변으로 19코스 종점인 김녕 서포구가 1km 남짓하다. 마지막에 해가 저물어 길을 잃었지만, 그래도 다행히 주변으로 와 있었다. 오늘 20코스를 완주 할까 하다가 걍 숙소로 돌아가자고 맘먹었다. 어제 너무 무리한 것 같기도 하고, 전국적으로 미세먼지가 심하다고 한다. 어제 걸은 거리가 18코스 19.7km 중에서 사라봉입구에서 출발했으니, 3.3km 빼면 16.4km 걸었다. 거기다 19코스19.4km 18.4km 정도 걸었고 또 헤맸으니, 35km는 족히 걸은 것 같다. 그래 19코스 종점인 김녕 서포구에 가서 스탬프 찍고, 201번 버스타고 관사에 돌아왔다. 11시 반경에 도착했다.

이번 올레길 걷고 나니,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1. 너무 무리하지 말고 하루에 한 코스씩만 걷고 쉬자.

2. 주말에 하루 걸었으면 하루는 쉬자.

3. 매주말 계속 걷지 말고 등산이나 자전거 운동을 교대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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